Projects/런썸(AI Runner Pose)

[RunSome 개발일지 #04] "지원금 없어도 난 만든다" — 구현 0%에서 시작해 개발 완료 후 마주한 냉정한 피드백

jsummer07 2026. 10. 24. 11:25

정부지원사업 '모두의 창업' 2기 1차에 지원했을 당시, 제 손에는 이렇다 할 코드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직 머릿속에 그려진 기획과 열정뿐이었습니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지원금은 개발 속도를 낼 뿐, 나는 지원금이 없어도 이 서비스를 반드시 완성할 것"이라고 적어둘 만큼 진심이긴 했지만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한 예감대로 탈락 통보를 받았고, 정식 발표일이 되어서야 심사위원들의 평가 의견서(피드백)가 도착했습니다.

저는 낙담하는 대신, 오히려 오기가 생겨 혼자서 개발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03 포스팅에서 보여드렸듯, AI로 만들어 본 테스트 영상 하나로 상체 기울기와 무릎 각도, 착지 순간(Foot Strike)을 잡아내는 1차 프로토타입을 제 손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모니터 화면 위에서 AI가 뼈대를 짚어내며 각도를 뱉어내는 것을 보며 "그래, 이 정도면 됐다"고 안도하던 그때, 뒤늦게 확인한 모두의 창업 심사위원들의 피드백이 머릿속을 강하게 내리쳤습니다.


1. 기술을 완성하고 나서야 눈에 들어온 뼈 때리는 피드백

코드가 하나도 없을 때 이 피드백을 받았더라면 그냥 콧방귀를 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구현도 안 해보고 뭘 안다고 그래?"라며 심사위원들을 탓했겠죠.

실제로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내 달리기 자세는 괜찮은가? 주위에서도 자세가 중요하다는데..." 제게 기록 단축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 달리는 것'이었기에, 러닝 자세 분석이야말로 달리는 사람 모두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저 쓴소리를 들었을 때는 "아니, 이걸 굳이 시장에서 검증까지 받아야 하나? 당연히 다들 필요로 하지 않나?"라는 억울한 마음도 아주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코드를 짜고, 뼈대를 입히고, AI 파이프라인을 직접 완성해 본 상태에서 심사평을 다시 읽고, 비로소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목적과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모두가 내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라는 것은 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뼈아픈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개발자로서 기술을 구현해 낸 성취감에 취해 있었지, 정작 "이걸 시장에 내놓았을 때 누가, 왜 돈을 내고 쓸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더 이상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기능을 쌓아올릴 수 없었습니다. 진짜 시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무엇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저는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2. 용기 낸 배포와 마주한 19개의 진실 (설문조사 비하인드)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구글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열심히 활동 중인 당근 러닝 모임과 굳이프로젝트의 '욕망 원정대' 소그룹 채팅방에 조심스럽게 링크를 던졌습니다.

단 하루 만에 총 19분의 러너분들이 정말 정성스럽고 뼈 때리는 답변을 남겨주셨습니다. 그 결과는 찬양 일색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마주해야 할 냉정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날것 그대로의 유저 피드백 (찬사와 쓴소리)

  • *"부상 예방에 관심은 많지만, 솔직히 단발성 진단 리포트 한 번 본다고 자세가 교정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지속성이 의문입니다."* (필요성을 반신반의하는 쓴소리)
  • *"내 뛰는 자세에서 나올 수 있는 추천 케이던스와, 그에 맞는 구체적인 훈련 플랜(숙제)을 짚어주면 좋겠습니다."* (핵심 니즈 파악)
  • *"선출 코치한테 1시간 받는 레슨은 비싸고 부담스러운데, 가볍게 스마트폰으로 검사하고 1~2천 원 정도 내는 거라면 매주 쓸 의향이 있어요."* (유료화 가능성 발견)

설문 결과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멋진 AI 화면'이아닌, 실제 러너들이 진짜 원했던 것은 1) 내 자세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과 2) 오늘부터 당장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 알려주는 구체적인 처방, 그리고 3) 4주 뒤가 아니라 1~2주 만에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주기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3. 에필로그: 진짜 가치를 향한 피벗(Pivot)을 결심하며

지원금 없이 내 손으로 구현해 내겠다는 오기로 #03까지 달려왔고, 심사위원의 냉정한 피드백과 19명 러너들의 쓴소리를 마주하며 런썸(RunSome)은 비로소 진짜 방향타를 잡게 되었습니다.

기술을 위한 기술 개발을 멈추고,

  • "단 한 번의 진단이라도 뼈 때리는 원인 분석과 구체적인 훈련 숙제를 줄 것"
  • "불안정한 실시간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맞춤형 추천 목표 케이던스'를 처방할 것"
  • "1~2주 뒤 다시 찍어서 Before & After를 비교할 수 있는 가벼운 루프를 만들 것"

다음 글에서는 이 설문조사 결과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실제 프로덕트의 진단서 로직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트러블슈팅을 헤쳐나갔는지 개발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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